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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미생물학] 병리작용: 감염 후 인체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손상의 메커니즘

흥미로운일상 2025.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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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미생물의 병리작용: 감염 후 인체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손상의 메커니즘

병원미생물은 인체에 침입하여 생존하고 증식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조직을 손상시키고 질병을 유발합니다. 이러한 병리작용(pathogenesis)은 단순한 세포 파괴에 그치지 않고, 독소 분비, 면역 회피, 염증 유도, 조직 침투 등 복합적인 경로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병원미생물의 병리작용은 미생물 고유의 병원성 인자(virulence factor)와 숙주의 면역 반응 간의 상호작용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며, 질병의 임상 양상과 예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병원성 인자의 역할

부착(Adhesion)과 침입(Invasion)

병원미생물이 감염을 시작하려면 먼저 숙주의 세포 또는 조직에 부착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세균, 바이러스, 진균, 기생충 등은 표면에 특이적인 부착 분자(adhesin)를 발현하여 숙주 세포 표면의 수용체와 결합합니다. 예를 들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는 위 점막의 뮤신 수용체에 부착하여 위염을 유발합니다.

부착 이후, 일부 병원체는 능동적 또는 수동적으로 세포 내로 침입(invasion)합니다. 세균은 인베이신(invasin)이라는 단백질을 통해 세포 내 액틴 구조를 재배열하여 세포 내 유입을 유도하거나, 숙주의 엔도사이토시스(endocytosis) 기전을 조작하기도 합니다. 침입 후 병원체는 세포 내 공간에서 보호받으며, 면역계의 탐지를 회피할 수 있습니다.

 

독소 생산 및 조직 파괴

병원성 세균은 숙주 조직을 파괴하거나 기능을 저해하는 독소(toxin)를 생성합니다. 독소는 외독소(exotoxin)와 내독소(endotoxin)로 구분됩니다. 외독소는 주로 세균이 살아 있는 동안 분비하는 단백질이며, 특정 조직에 대한 고유한 작용을 보입니다. 디프테리아 독소(Diphtheria toxin)는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고, 보툴리눔 독소(Botulinum toxin)는 신경전달물질 방출을 차단하여 마비를 유발합니다.

 

반면, 내독소는 그람음성 세균의 세포벽 성분인 리포다당질(Lipopolysaccharide, LPS)에서 유래하며, 세균이 사멸될 때 방출됩니다. LPS는 숙주의 면역계를 강하게 자극하여 발열, 저혈압, 전신 염증 반응, 패혈성 쇼크(septic shock)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진균과 기생충도 효소나 대사산물을 분비하여 숙주 조직을 파괴합니다. 칸디다 알비칸스(Candida albicans)는 프로테아제, 포스폴리파제 등의 분해 효소를 이용하여 점막을 손상시키며, 말라리아 원충(Plasmodium spp.)은 적혈구를 파괴하여 빈혈과 장기 손상을 유도합니다.

 

면역 회피 전략

항원 변이와 협막 형성

병원미생물은 숙주의 면역 감시를 회피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항원 변이(antigenic variation)입니다. 이는 표면 단백질을 변화시켜 숙주 면역계의 기억 반응을 무력화하는 전략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HIV, 트리파노소마(기생충) 등에서 나타납니다.

 

또한, 세균은 협막(capsule)을 형성하여 대식세포의 식균작용(phagocytosis)을 방해합니다. 폐렴구균(Streptococcus pneumoniae), 수막구균(Neisseria meningitidis) 등이 대표적이며, 협막은 항체 및 보체 단백질의 접근을 차단하여 체내 생존을 연장시킵니다.

 

숙주 세포 내 생존 및 면역 억제

일부 병원체는 숙주 세포 내부에 머물면서 면역 반응으로부터 보호받습니다.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은 대식세포 내에서 파고좀(phagosome)-리소좀(lysosome) 융합을 억제함으로써 분해를 회피하며, 리스테리아(Listeria monocytogenes)는 파고좀 탈출 후 세포질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합니다.

또한, HIV와 같이 면역세포를 직접 표적으로 삼는 병원체는 면역 시스템을 약화시켜 기회감염(opportunistic infection)의 가능성을 높입니다. 일부 바이러스는 면역억제 유전자(interleukin antagonist, MHC downregulation factor 등)를 발현하여 숙주의 면역 반응을 조절하거나 억제합니다.

 

염증 반응 및 면역 과잉반응

병원미생물에 대한 면역 반응은 숙주의 방어기전이지만,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반응은 오히려 조직 손상과 질병 악화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염증 반응은 대식세포, 호중구, 보체, 사이토카인 등이 병원체에 대응하여 작동하는 면역 반응이지만, 지속되거나 과도하면 조직 부종, 통증, 괴사 등 병리적 결과를 초래합니다.

 

예를 들어, 패혈증(sepsis)은 감염에 대한 전신 염증 반응(SIRS: systemic inflammatory response syndrome)이 과도하게 진행되어 혈압 저하, 장기 부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병원체 자체보다는 면역 반응의 이상 조절로 인한 결과입니다.

또한, 일부 병원체는 면역복합체(immune complex)를 형성하거나 자가면역 반응을 유도하여 2차적인 면역 매개 질환을 일으킵니다. A군 연쇄상구균 감염 이후 발생하는 류마티스열이나 사구체신염은 대표적인 면역 교차반응(cross-reactivity)에 의한 병리 현상입니다.

 

숙주 세포의 파괴 및 기능 장애

병원미생물의 감염은 단순히 조직의 염증 반응뿐 아니라 세포 수준에서의 구조적, 기능적 손상을 동반합니다. 바이러스는 감염된 세포에서 복제되며, 이 과정에서 세포막이 파괴되거나 세포자멸사(apoptosis)가 유도됩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감각신경에 잠복했다가 재활성화되며, 반복적인 세포 손상을 유도합니다.

 

기생충은 숙주의 장기 내에서 기계적 압박 또는 흡착기구를 통해 물리적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진균은 조직을 파고들며 혈관 침투로 괴사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특히 아스페르길루스(Aspergillus fumigatus)의 혈관 침입은 치명적인 혈행성 전파의 원인이 됩니다.

 

결론적으로, 병원미생물의 병리작용은 다양한 생물학적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숙주 조직에 손상을 유발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은 병원체의 독성 인자뿐 아니라 숙주의 면역 반응, 감염 위치, 감염량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습니다. 병리작용의 정확한 이해는 감염병의 진단, 치료, 예방 전략 수립에 필수적인 기반이 되며, 감염성 질환의 임상 경과를 예측하고 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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