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기침이 심해지는 이유

 

겨울이 되면 기침이 심해지는 이유

겨울이 되면 많은 사람들에게서 기침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기침은 호흡기가 외부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는 정상적인 방어 반응이지만, 겨울에는 이 반응이 과도하거나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감기 때문만이 아니라, 겨울이라는 계절 자체가 우리 호흡기에 불리한 환경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의학적으로 살펴보면 기침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요인이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작용하여 겨울철에 기침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의 직접적 자극

겨울은 대기의 온도뿐 아니라 습도까지 낮아지는 시기입니다. 기도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차갑고 건조한 공기를 들이마시면 점막이 빠르게 건조해지고 표면이 쉽게 손상됩니다. 이런 점막 자극은 기침 반사를 일으키는 신경을 활성화시키며, 사소한 자극에도 기침이 잘 발생하는 상태가 됩니다. 또한 공기가 차가워지면 기도 내의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여, 기도가 좁아지고 숨이 답답해지는 느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도 수축 반응은 특히 천식 경향이 있는 사람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나며, 이 때문에 겨울철에는 “찬 공기만 마셔도 기침이 난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겨울철에 증가하는 바이러스의 활동성

겨울은 호흡기 바이러스가 가장 활발하게 전파되는 계절입니다. 감기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RSV, 코로나바이러스 등이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 속에서 더 오래 생존하고, 실내에서 밀접하게 생활하는 겨울 환경은 바이러스의 확산을 더욱 쉽게 만듭니다. 바이러스가 호흡기 점막에 침투하면 염증 반응이 발생하며, 이로 인해 점막이 붓고 점액 분비가 증가하면서 기침이 유발됩니다. 감염이 회복된 후에도 염증으로 인해 기도 신경이 과민해진 상태가 남아 장기간 기침이 지속되기도 합니다. 이를 “감염 후 잔기침(post-viral cough)”이라고 부르며, 겨울철에 특히 흔하게 나타납니다.

 

 

난방으로 인해 실내 공기가 심하게 건조해지는 환경

겨울이 되면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난방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내 공기의 습도는 20~30%까지 내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사막보다 더 건조한 환경입니다. 이런 공기 속에서 호흡기 점막은 금세 건조해지고, 점액이 끈적해져 정상적인 점액 섬모 운동(mucociliary clearance)이 약해집니다. 즉, 먼지나 바이러스, 세균을 제거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자극 물질이 기도에 더 오래 머무르게 됩니다. 그 결과 기침이 더 자주 발생하고, 이미 있던 기침이 악화되어 오래 지속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특히 밤에는 난방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는 동안 기침이 심해진다”고 호소하는 환자들이 겨울철에 크게 늘어납니다.

면역력 저하와 생체 리듬 변화

겨울은 햇빛 노출이 줄어들고 활동량이 감소하는 시기이며, 이는 면역력 저하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특히 비타민 D는 햇빛을 통해 합성되는데, 겨울철에는 이 수치가 눈에 띄게 낮아집니다. 비타민 D는 호흡기 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부족해지면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취약성이 증가합니다. 또한 날씨가 추워지면서 활동량이 감소하고, 실내 생활이 길어지며, 수면 패턴도 흐트러지기 쉬운데 이러한 변화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불균형과 자율신경계의 과민성을 불러와 면역 기능을 더 약화시킵니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염도 쉽게 되고, 감염 후 회복도 길어지기 때문에 기침이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대기 오염과 미세먼지의 계절적 증가

겨울철에는 대기 정체 현상과 난방 연료 사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기도 깊숙이 침투하여 직접적인 염증 반응을 일으키며, 점막을 자극하여 기침을 유발합니다. 특히 초미세먼지(PM2.5)는 기관지뿐 아니라 폐포까지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침뿐 아니라 호흡곤란, 천식 악화 같은 증상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마다 기침이 악화되는 사람들은 기도 점막이 민감해져 있어 작은 자극에도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상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천식과 기도 과민성 질환의 악화

천식이나 알레르기성 기도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겨울에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도 벽을 둘러싼 근육이 차가운 공기나 건조한 공기에 예민하게 반응하여 쉽게 수축하고, 이 과정에서 기침이 자주 발생하게 됩니다. 감기 후 잔기침이 오래 지속되거나, 목에 가래가 걸린 느낌이 계속되는 사람들도 겨울에는 기도 과민성이 더 높아진 상태가 됩니다. 이로 인해 밤에 누우면 기침이 심해지고, 낮에는 괜찮다가 찬 바람을 맞으면 바로 기침이 나는 등의 증상이 흔하게 관찰됩니다.

감기 후 신경 과민성으로 인한 장기적인 기침 지속

겨울철에는 감기에 한 번 걸리면 바깥 환경이 기침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가득하기 때문에 회복이 더디고 기침이 오래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염 바이러스는 기도 점막의 신경을 과민하게 만들어, 감염이 끝난 후에도 작은 자극에 반응하여 기침을 유발합니다. 건조한 공기, 차가운 바람, 먼지와 같은 외부 자극들은 이러한 과민성을 더욱 악화시키며, 이 때문에 몇 주에서 몇 달까지 기침이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