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저항성이란 무엇인가?

인슐린저항성, 역할과 치료
인슐린저항성은 요즘 내분비·대사 의학에서 “대사질환의 뿌리”라고 부르는 상태입니다. 겉으로는 혈당 수치만 조금 나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근육·간·지방조직·혈관·면역·호르몬 시스템 전체가 어긋나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자, 여러분의 건강을 위해서 인슐린 저항성이 무엇인지를 살펴 봅시다. 알아 두면 유익한 정보입니다.
인슐린의 정상 역할
혈당을 세포 안으로 넣는 ‘열쇠’
우리가 식사를 하면 탄수화물이 소화되어 포도당이 혈액으로 들어가고, 혈당이 올라갑니다. 그러면 췌장의 베타세포가 인슐린을 분비합니다. 인슐린은 간·근육·지방세포 표면의 인슐린 수용체에 붙어서 세포 안쪽 신호를 켜고, 그 결과 포도당 운반체(GLUT4 등)가 세포막으로 나와 혈당을 세포 안으로 끌어옵니다.
- 인슐린이 잘 작동 → 혈당이 서서히 정상 범위로 떨어짐
- 포도당은 에너지로 쓰이거나, 필요하면 글리코겐·지방 형태로 저장
에너지 저장과 대사 조절
인슐린은 단순히 혈당만 낮추는 것이 아니라,
- 지방 합성 촉진(남는 에너지 → 지방으로 저장)
- 지방 분해 억제(이미 저장된 지방은 잘 못 쓰게 함)
- 단백질 합성 촉진(근육 유지에 도움)
같은 “저장 모드”를 켜는 호르몬입니다. 쉽게 말해,
인슐린이 많이 나와 있는 상태 = “지금은 저장할 시간, 쓰지 말고 쌓아 둬라” 모드
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인슐린저항성의 정의
인슐린이 있어도 말을 안 듣는 상태
인슐린저항성이란,
“같은 양의 인슐린으로는 예전만큼 혈당을 낮출 수 없는 상태”
입니다. 인슐린이 충분하거나 오히려 많은데도, 세포가 그 신호에 둔감해진 상태입니다.
이때 몸에서는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 혈당이 잘 안 떨어짐
- 췌장은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고인슐린혈증)
- 한동안은 “혈당은 그럭저럭 괜찮고 인슐린만 높은” 시기가 지속
- 결국 췌장이 지치면 인슐린 분비가 떨어지고 혈당이 본격적으로 상승 → 제2형 당뇨병
대사적으로 갖는 의미
인슐린저항성은 단지 혈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 내장지방 증가
- 지방간
- 고혈압·지질 이상(중성지방↑, HDL↓)
-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
같은 여러 문제를 동시에 끌어오는 대사 증후군의 중심축입니다.
왜 인슐린저항성이 생기는가?
생활습관·환경 요인
먼저 환경적 요인부터 알아봅시다.
1) 복부비만과 내장 지방
인슐린저항성의 가장 강력한 예측 인자 중 하나가 허리둘레와 내장지방입니다.
내장 지방은 단순히 에너지를 쌓아두는 창고가 아니라, 각종 염증 물질과 호르몬을 분비하는 “활성 조직”입니다.
- 지방세포가 커지면 내부가 저산소 상태가 되고 염증이 생김
- 여기에 대식세포가 몰려와 TNF-α, IL-6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
- 이 물질들이 근육·간 세포의 인슐린 신호 전달을 방해
결과적으로 내장지방이 많을수록 인슐린저항성은 심해집니다.
2) 운동 부족과 근육 감소
근육은 우리 몸에서 포도당을 가장 많이 쓰는 장기입니다.
근육량이 많고 자주 쓰일수록 인슐린에 대한 감수성이 좋아집니다.
-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지내고
-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 걸을 일도 별로 없고
-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이 줄어들면
근육은 포도당을 받아들일 능력을 잃고, 인슐린 신호에도 잘 반응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운동 부족 + 근육 감소 = 인슐린저항성의 지름길이 됩니다.
3) 식습관: 고당분·정제 탄수화물·과식
- 설탕이 많이 든 음료, 과자, 케이크, 빵, 라면, 흰쌀밥 위주의 식단
- 잦은 야식·폭식·배달 음식
-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이 많은 튀김류
이런 식습관은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인슐린 분비를 반복적으로 과도하게 자극합니다.
췌장은 계속 인슐린을 쏟아내야 하고, 세포는 “인슐린 신호가 너무 자주 오니 차단하자” 라는 방향으로 적응합니다. 이것이 바로 인슐린저항성입니다.
4) 수면 부족·교대근무
수면이 부족하거나 불규칙(야간 근무, 교대근무)하면,
- 코티솔↑ → 혈당↑·인슐린 작용↓
- 렙틴(포만감)↓, 그렐린(식욕)↑ → 과식·야식 증가
- 교감신경 항진 → 혈압·혈당 상승
이런 변화가 인슐린저항성을 악화시킵니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은 밤마다 저산소·스트레스를 반복시켜 인슐린저항성을 크게 올립니다.
5) 만성 스트레스·흡연·음주
- 만성 스트레스 → 코티솔 지속 상승 → 인슐린 작용 저하, 복부비만 증가
- 흡연 → 혈관 손상, 염증 증가, 인슐린 신호 방해
- 과도한 음주 → 지방간·췌장 손상 → 인슐린저항성 악화
내적 요인
1) 유전적 소인과 가족력
- 부모·형제 중 제2형 당뇨병이 있으면 인슐린저항성 소인이 높을 가능성
- 같은 생활습관을 가져도 어떤 사람은 더 빨리 인슐린저항성이 생기기도 함
유전은 바꿀 수 없지만, 생활습관 관리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할 이유가 됩니다.
2) 나이·호르몬 변화
나이가 들수록,
- 근육량 감소(특히 40대 이후)
- 성장호르몬·성호르몬 변화
- 활동량 감소
등으로 인해 인슐린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집니다.
여성은 폐경 이후 내장지방이 쉽게 늘어 인슐린저항성이 악화되기 쉽습니다.
3) 약물·기저 질환
- 스테로이드(프레드니솔론 등)
- 일부 항정신병약, 항바이러스제, 면역억제제
- 쿠싱증후군, 다낭성난소증후군(PCOS) 등 호르몬 질환
이들 역시 인슐린저항성을 유발·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인슐린저항성의 병태생리·기전
1. 세포 수준의 신호 전달 이상
인슐린 수용체–IRS–PI3K–Akt 경로
정상적인 경우:
- 인슐린이 세포 표면의 인슐린 수용체(IR)에 결합
- 수용체 내부의 티로신 인산화 → IRS-1 활성화
- PI3K → Akt 경로가 켜짐
- GLUT4가 세포막으로 이동
-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옴
인슐린저항성에서는:
- 세포 안에 지방 대사 산물(DAG, 세라마이드 등)이 쌓임
- 이들이 IRS-1 등에 억제 신호를 걸어 인산화를 방해
- PI3K–Akt 신호가 충분히 켜지지 않음
- GLUT4 이동이 줄어 포도당 흡수가 감소
즉, 인슐린이 문을 두드리지만, 안쪽에서 문고리를 제대로 안 돌려주는 상태가 됩니다.
GLUT4 이동 장애
특히 골격근에서 이 경로가 망가지면,
식후 혈당이 잘 들어가지 못해 식후 고혈당·과도한 인슐린 분비가 반복됩니다.
2. 장기별 변화
골격근에서의 인슐린저항성
- 운동 부족·고칼로리 식사 → 근육 내 지방 축적
- 지방과 염증이 인슐린 신호 전달을 방해
- 근육이 포도당을 받아들이지 못해 혈당이 높게 유지
그래서 인슐린저항성을 잡으려면 반드시 근육량과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간에서의 인슐린저항성
정상적으로 인슐린은 간에 “이제 혈당 만들지 말고 저장하라”고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하지만 간이 인슐린에 둔감해지면:
- 인슐린이 높아도 간은 계속 포도당을 만들어 혈액으로 내보냄(당생성↑)
- 동시에 지방 합성은 과도하게 진행 → 지방간
이 때문에 인슐린저항성이 있는 사람은 공복혈당이 잘 안 떨어지고, 새벽·아침 혈당이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방조직(지방세포)에서의 변화
비대해진 지방세포와 지방조직에 모여든 대식세포는:
- TNF-α, IL-6 등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 ↑
- 인슐린 신호를 돕는 아디포넥틴 분비 ↓
- 혈중으로 자유지방산을 계속 방출 → 간·근육에 지방 축적
이로 인해 지방조직–간–근육이 서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췌장 베타세포의 보상과 소진
초기에는:
- 인슐린저항성 ↑ → 혈당이 잘 안 내려감
- 췌장이 이를 보상하기 위해 인슐린 분비를 더 늘림(고인슐린 상태)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 베타세포가 과로로 지침
- ER 스트레스·산화스트레스로 세포 손상
- 인슐린 분비 능력이 점점 떨어짐
- 결국 혈당을 유지 못 하고 제2형 당뇨병 진단에 이르게 됩니다.
3. 전신 수준의 변화
만성 저강도 염증
내장지방·고혈당·자유지방산 증가 → 몸 전체에 약한 염증이 계속 생깁니다.
이 염증이 다시 인슐린 신호를 방해하고, 혈관·장기 손상을 촉진합니다.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와 산화스트레스
- 포도당·지방이 과도한 환경 → 미토콘드리아 과부하
- 활성산소(ROS) 증가 → 세포 손상, 인슐린 신호 방해
결국 “연료는 넘치는데, 엔진은 점점 망가지는” 상황이 됩니다.
자율신경·호르몬 영향
- 교감신경 항진, 코티솔 상승, 성호르몬 불균형
- 이 모든 것이 다시 인슐린저항성과 대사 이상을 강화
인슐린저항성이 가져오는 결과
1. 대사증후군과 제2형 당뇨병
혈당·혈압·지질 이상이 한꺼번에
인슐린저항성이 진행되면,
- 공복혈당 상승
- 혈압 상승
- 중성지방 ↑, HDL(좋은 콜레스테롤) ↓
- 복부비만
이 조합을 대사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이 단계에서 이미 심근경색·뇌졸중 위험이 크게 증가합니다.
여기에 췌장 기능이 더 떨어지면 제2형 당뇨병으로 진단됩니다.
2. 지방간과 심혈관질환
간과 혈관이 동시에 손상
- 간: 지방간 → 염증성 지방간(NASH) → 간섬유화·간경변 가능
- 혈관: 고혈당·고인슐린·지질 이상 → 동맥경화 촉진 →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즉, 인슐린저항성은 혈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혈관과 장기를 서서히 망가뜨리는 배경 상태”입니다.
3. 기타 질환과의 연관성
다낭성난소증후군(PCOS)
여성에서 인슐린저항성은 난소의 남성호르몬 분비를 자극하여,
- 생리 불순
- 배란 장애
- 여드름, 다모증
등을 일으키는 PCOS와 깊게 연관됩니다.
암·치매와의 관련성
- 인슐린·IGF-1 증가 → 세포 성장·분열 신호 촉진 → 일부 암(췌장암, 대장암, 유방암 등) 위험 증가
- 혈관 손상·뇌 인슐린저항성 → 일부 치매(특히 알츠하이머)와의 연관성도 연구 중
인슐린저항성을 어떻게 개선·치유할 것인가?
1. 기본 원칙
“인슐린을 덜 쓰는 몸” 만들기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 인슐린이 많이 나오지 않아도 되는 생활을 만들고
- 이미 생긴 인슐린저항성을 운동·체중조절로 점차 되돌리는 것
2. 체중·지방 관리
5~10% 체중 감량의 의미
연구에서 반복해서 나오는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현재 체중의 5~10%만 줄여도 인슐린 감수성이 의미 있게 좋아진다.
예를 들어 80kg라면 4~8kg만 줄여도,
- 내장지방 감소
- 지방간 개선
- 혈압·중성지방·혈당 동시 개선
같은 변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3. 내장지방을 줄이는 전략
- 탄수화물·당분 과다 섭취 줄이기
- 기름진 가공식품·튀김 줄이기
-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 근력 운동
- 야식·늦은 밤 먹기 피하기
4. 식이 조절
혈당 스파이크 줄이기
- 흰쌀·흰빵·면류 중심 식단 → 통곡물·채소·콩류 비중 높이기
- 설탕·과당이 많이 든 음료(탄산, 가당커피, 과일주스) 피하기
- 간식은 과자 대신 견과류·삶은 달걀·그릭요거트 등 선택
탄수화물의 질과 양
- “탄수화물을 다 없애자”가 아니라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천천히 흡수되는 복합 탄수화물로 바꾸는 것이 핵심입니다. - 식사마다 탄수화물 양을 적정 수준으로, 대신 단백질과 채소 비율을 올려줍니다.
지방과 단백질의 역할
- 좋은 지방(올리브유, 견과류, 등푸른 생선 등)은 과하지 않게 섭취하면 혈당·지질 조절에 도움
- 단백질은 근육 유지·포만감 유지에 중요 → 인슐린저항성 개선에 간접적 도움
5. 운동 처방
유산소 운동
- 빠르게 걷기, 자전거, 수영, 가벼운 조깅 등
- 주 3~5회, 30분 이상을 목표(본인 체력과 질환에 따라 조절)
유산소 운동은 근육 속 GLUT4를 증가시켜 인슐린 없이도 포도당을 잘 끌어들일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근력 운동
- 스쿼트, 런지, 팔굽혀펴기, 기구 운동 등
- 주 2~3회, 전신 큰 근육 위주로
근육이 늘어나면
- 기본적인 포도당 소비 능력↑
- 기초 대사량↑
- 체중 관리가 쉬워지고 인슐린저항성이 장기적으로 개선됩니다.
일상 활동 늘리기
꼭 ‘운동복 입고 하는 운동’만이 운동이 아닙니다.
- 하루 만 보 걷기
-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 집안일·청소·정원 가꾸기
이런 활동 하나하나가 모여 인슐린저항성을 줄입니다.
6. 수면·스트레스·생활습관
수면 위생
- 가능한 일정한 취침·기상 시간
- 7시간 내외의 충분한 수면
- 코골이·무호흡이 심하다면 검사를 통해 치료 고려
스트레스 관리·자율신경 안정
- 과도한 업무·정서적 스트레스는 코티솔을 올려 인슐린저항성을 악화시킵니다.
- 호흡법, 명상, 가벼운 산책, 취미 활동 등으로 신경계를 진정시키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흡연·음주 조절
- 흡연은 혈관·염증·인슐린 신호에 모두 악영향 → 가능하면 금연이 최선
- 술은 특히 고량주·소주·폭음 형태는 지방간·혈당·체중 증가에 치명적 → 양·빈도 조절이 중요
약물 치료와 의료적 접근
메트포민 등 대표적 약물
생활습관만으로 조절이 어려운 경우, 또는 이미 당뇨병 단계라면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 메트포민: 간의 포도당 생산을 줄이고, 말초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
- GLP-1 수용체 작용제: 위 배출 지연, 포만감 증가, 체중 감소, 인슐린 분비 조절
- SGLT2 억제제: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를 줄여 소변으로 배출
이들은 각각의 장단점과 부작용이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하여 선택해야 합니다.
언제 전문의 상담이 필요한가
- 공복혈당·당화혈색소(HbA1c)가 경계 또는 이상으로 나온 경우
- 허리둘레·혈압·중성지방·HDL 등에서 대사증후군 소견이 있는 경우
- 가족력이 있고 체중·혈당이 신경 쓰이는 경우
이럴 때는 내분비내과·가정의학과 등을 찾아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맞춤형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마무리: 인슐린저항성은 “경고등”이지만, 되돌릴 수 있는 상태
인슐린저항성은 우리 몸이 보내는 굉장히 중요한 경고등입니다.
- “지금처럼 살다가는 당뇨·심근경색·뇌졸중·지방간 같은 병이 올 수 있다”는 신호이자
- “지금부터라도 바꾸면 충분히 되돌릴 수 있다”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 인슐린저항성 = 인슐린이 많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
- 왜 생기는가 = 내장지방, 운동 부족, 과식·고당분 식사, 수면 부족, 스트레스, 유전·나이 등
- 기전 = 근육·간·지방·췌장·염증·미토콘드리아·호르몬이 서로 얽힌 전신 대사 장애
- 어떻게 치유하는가 = 체중 5~10% 감량, 식습관 개선, 유산소+근력 운동, 수면·스트레스 조절, 필요 시 약물
이 네 가지 축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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